“내가 진작 알아보지 못한 것은 최악의 실수 중 하나였습니다.”
가치투자의 거인 워런 버핏이 남긴 유명한 후회다.
자기가 잘 모르는 것에는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는 철칙 탓에, 그는 오랫동안 기술주를 관심에 두지 않았다. 코카콜라나 시즈캔디처럼 10년, 20년 뒤에도 소비자가 찾을 비즈니스에만 돈을 묻었다. 급격한 기술 혁신으로 판도가 바뀌는 테크 생태계는 그의 레이더 밖이었다. 검색 시장을 장악하며 괴물처럼 커가는 구글을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야 했던 이유다.
그런 그가 2025년 3분기부터 조용히 구글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했다. 2026년 1분기에는 지분을 무려 204%(+3,640만 주)나 늘렸고, 지난 6월에는 알파벳의 자금 조달 유상증자에 참여해 무려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한 방에 프라이빗 플레이스먼트(사채 및 지분 결합 형태)로 밀어 넣었다. 주당 350달러선, 역대 최고가 부근이었다. 95세의 노학자가 최고점 근처에서 단행한 과감한 ‘불타기’였다.
시장에서는 후계자 그레그 아벨의 작품일 것이라 추측했으나,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버핏은 이 투자를 자신이 직접 결정(initiated)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현재 전체 베팅 규모는 약 300억 달러(약 40조 원)에 육박한다. 현금을 쌓아두던 버핏이 지갑을 열어 기술주에 40조 원을 밀어 넣은 것은 철저히 계산된 팩트다.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인프라 투자(CAPEX)에 대한 공포로 주가가 $320 선까지 밀려 내려온 지금, 이 묵직한 거인의 행보를 다시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1. 테크 기업의 탈을 쓴 ‘디지털 철도회사’
버핏이 철칙의 빗장을 푼 것은 기술 예찬론자로 변해서가 아니다. 구글을 기술주가 아닌, 그가 가장 잘 아는 ‘압도적인 독점력을 가진 인프라 기업’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인터뷰에서 이번 매수가 단순히 최근의 AI 유행을 쫓아간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과거 버크셔의 자회사인 보험사 가이코(GEICO)가 영업할 때, 구글 광고에 클릭당 10~11달러씩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 그 효율성에 감탄했었다. 그때 구글이 가진 독점적 비즈니스의 무서움을 진작 알았으면서도 초기에 투자하지 않았던 것은 내 명백한 실수였다. 이번 투자는 그 실수를 만회하는 과정이다.”
버핏은 기술 그 자체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인류가 인터넷을 쓸 때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독점적 통행세 징수 기계’로서의 구글 검색 광고 모델에 다시금 확신을 가진 것이다.
최근 구글의 주가를 끌어내린 주범은 단연 과도한 AI 데이터센터 투자(CAPEX) 우려다. 시장은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마진이 훼손될까 걱정한다. 하지만 버핏의 시선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버핏의 눈에 이번 투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라는 ‘무형자산’의 기업이, 역설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단단한 물리적 인프라라는 ‘유형자산’의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과정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구글의 이 엄청난 투자를 20세기 초반 미국의 대륙을 가로지르던 ‘철도 부설’로 보았다. 철도 회사들이 선로를 깔 때 당장의 장부상 이익은 깎여 나간다. 하지만 일단 눈에 보이는 단단한 철로가 땅에 박히고 나면, 그 뒤로는 물류와 사람의 이동을 독점하며 평생 안정적인 통행세를 받는다.
구글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바로 그렇다. 한 번 이 물리적인 디지털 철도망이 완성되면, 뒤늦게 출발한 경쟁사들은 자본의 체급 차이와 물리적 한계 때문에 감히 선로를 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알고리즘이나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의 기술은 새로운 천재가 나타나면 뒤집힐 수 있지만, 전 세계에 깔린 거대한 물리적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덩어리는 쉽게 뒤집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검색 시장을 파괴할 것이라는 공포 속에서도 전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여전히 구글 창을 켠다. 만년 적자였던 클라우드 부문은 마진율 35%를 넘기며 견고한 캐시카우로 안착했다. 무형의 기술주가 완벽한 유형의 인프라 독점 기업으로 진화하며, 전체 영업이익률을 34%까지 끌어올린 구글은 경기 흐름을 타지 않는 무시무시한 현금 제조기(철도회사)가 된 셈이다.
2. 주주환원보다 위대한 ‘진짜 재투자’
흔히 시장은 버핏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같은 주주환원을 해주는 기업만 좋아한다고 오해한다. 아니다. 그는 번 돈을 무조건 밖으로 보낼 바에야, ‘내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며 돈을 더 크게 불릴 수 있는 확실한 재투자처’를 가진 기업을 훨씬 더 선호한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창립 이래 단 한 번도 배당을 주지 않고 그 거대한 현금을 회사 안에 쟁여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좋은 곳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가치투자자에게 가장 나쁜 상황은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녹아내리는 현금을 무의미하게 쌓아두는 것이다. 현금을 그냥 쥐고 있는 것보다 ‘더 큰 현금을 벌기 위해 확실한 곳에 재투자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구글은 지금 정확히 그 일을 하고 있다.
일회성 착시를 빼면 구글의 실질 PER은 28~30배 수준이다. PER 15~20배 수준의 단단한 가치주를 선호하던 버핏은 지금 시장은 굉장히 비싸고 심지어 카지노 같다며 현금만 쥐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가격을 지불한 비밀은 바로 주주 이익(Owner Earnings) 관점의 현금흐름에 있다. 버핏의 공식에서 자본지출(CAPEX)은 두 가지로 분리된다.
- 유지형 CAPEX: 본업의 현상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낭비성 비용 (예: 제조업의 노후 장비 교체)
- 성장형 CAPEX: 미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밀어 넣는 초고수익 투자 (예: 구글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월가는 당장 분기 장부에서 천문학적인 현금이 AI 데이터센터(CAPEX)라는 이름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버핏의 눈에 그 비용은 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현금 창출력을 훨씬 더 거대하게 키우기 위한 ‘가장 완벽한 고수익 재투자’이자, 미래에 거대한 현금 인출기가 될 디지털 선로 부설 작업으로 보았을 것이다.

구글은 이제 넘쳐나는 현금을 굴릴 곳이 없어 주주환원을 하거나, 금고에 어쩔 수 없이 쌓아두던 정체된 기업이 아니다. 막강한 본업에서 뿜어지는 천문학적인 현금을 마침내 AI라는 신대륙의 독점적 철도를 까는 데 전력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유휴 현금을 쌓아두는 대신, 가장 높은 효율의 재투자를 통해 이익의 크기(복리 엔진) 자체를 키우는 구조로 체질을 바꾼 것이다.
어쩌면 버핏이 최고가 부근에서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15조 원을 과감히 투자한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금고 속에서 잠자던 돈이 가장 확실한 인프라 자산으로 치환되며 복리의 톱니바퀴가 폭발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그 미래를, 버핏은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잡고 싶었을 것이다.
3. 시장의 공포와 버핏의 확신을 가른 ‘진짜 숫자들’
이번 구글(알파벳) 공식 2026년 2분기 실적표는 시장의 공포와 버핏의 확신이 어디서 갈렸는지 숫자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 구분 (2026년 Q2) | 금액 (백만 달러) | 전년 동기 대비(Y/Y) |
| 총 매출 (Revenues) | $119,796 | +24% |
| 영업이익 (Income from operations) | $40,770 | +30% |
| 자본지출 (CAPEX) | $44,924 | +100% |
| 단일분기 잉여현금흐름 (Free Cash Flow) | -$5,855 | 적자 전환 (NM) |
구글이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CAPEX)은 무려 449억 2,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0% 폭증했다. 이 때문에 분기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은 – 58억 5,500만 달러로 고꾸라졌다. 월가가 당장 마진이 훼손되고 현금이 말라붙는다며 비명을 지르고 주가를 던진 주범이 바로 이 숫자다.
단기 FCF가 마이너스를 찍었음에도 본업의 엔진 소리는 묵직했다
- 구글 검색 및 광고 매출: 632억 7,100만 달러 (+17% Y/Y)
- 구글 클라우드 매출: 247억 6,800만 달러 (+82% Y/Y, 영업마진율 35.6%)
막대한 공사비를 감당하고도 본업의 효율성이 올라가며 전체 영업이익률은 되레 34.0%로 늘어났다. 특히 클라우드는 88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며 든든한 캐시카우로 안착했다. 구글이 AI 인프라 투자로 진짜 돈을 벌고 있음을 숫자로 증명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구글의 압도적인 기초 체력이다. 분기 FCF가 잠시 흔들렸을 뿐, 과거 12개월 누적(TTM)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여전히 532억 7,300만 달러(약 70조 원)에 달한다.
게다가 필요하다면 시장에서 언제든 더 큰돈을 끌어올 수 있는 막강한 신용과 자금 동원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신용평가사(S&P) 기준 구글의 자체 신용등급은 AA+다. 이는 대한민국 국가신용등급(AA)보다 한 단계 높으며, 세계 경제의 패권국인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과 대등한 수준이다. 기업의 신용도가 사실상 선진국 정부, 그것도 미국 턱밑에 와 있다는 뜻이다.
과거 20세기 초 미국의 대륙철도 붐이 일었을 때도, 무리하게 선로를 깔던 수많은 철도 회사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중에 파산했다. 인프라 경쟁에서 승리해 평생 통행세를 받아낸 주인공들은 오직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한 소수뿐이었다.
구글이 무서운 점이 바로 여기 있다. 마르지 않는 본업의 현금 창출력에 미국 정부급 신용도라는 안전판까지 쥐고 있으니, 인프라 경쟁이 아무리 장기전으로 가더라도 부러질 리스크가 제로에 가깝다. 뒤쫓아오는 경쟁사들이 숨이 가빠 멈춰 설 때까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오랫동안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을 완벽히 갖춘 셈이다.
이 무시무시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결코 패배할 수 없는 게임을 감행하는 기업의 진짜 민낯을 확인했기에, 거인은 흔들림 없이 확신을 더 굳혔을 것이다.
4. 역산 DCF(Reverse DCF)가 말해주는 결론
버핏은 지분법 주식 평가익 등이 포함된 일회성 기타 수익 979억 8,300만 달러 같은 회계적 착시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를 완전히 걷어내고 오직 본업으로만 벌어들인 순수한 이익을 추산하면 구글의 실질 PER은 28~30배 수준이다.
“시장이 카지노처럼 과열됐다”며 현금을 쌓아두던 버핏이, 이 결코 싸지 않은 가격에 구글을 불타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무기인 ‘역산 DCF(Reverse DCF)’의 렌즈로 들여다 보면 답이 나온다.
버핏은 엑셀 시트에 복잡한 미래 추정치를 채워 넣는 예측의 오만을 부리지 않는다. 대신 거꾸로 생각한다. “현재 주가가 본전이 되려면, 이 회사가 앞으로 매년 얼마만큼 성장해야 하는가?”
일회성 착시를 다 걷어내고 가장 보수적인 본업 이익 체력을 기준으로 역산했을 때, 시장이 요구하는 구글의 장기 성장률 허들은 고작 연 5~6% 수준에 불과하다.
이 수치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낮은 눈높이인지는 구글의 실제 성적표를 보면 명백해진다. 구글은 당장 이번 2026년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라는 폭발적인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빅테크 암흑기이자 구글 역사상 가장 성장이 정체됐다고 평가받던 2023년의 최악의 성장률조차도 8.7%였다.
즉, 시장이 구글에 매긴 기대는 5~6% 성장으로, 구글이 역사상 가장 못했을 때의 성장률(8.7%)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AI 데이터센터(CAPEX) 때문에 역사적 최악의 불황기보다 더 망가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공포가 주가에 반영되어 있는 셈이다.
인류의 지식 탐색을 독점한 광고 엔진에서 매년 천문학적인 현금 통행세가 들어온다. 이 돈으로 지출하는 AI 인프라는 고마진 클라우드 매출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 압도적인 복리 기계가 앞으로 겨우 연 5~6%도 성장하지 못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제로(0)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5. 결론: 숫자가 말해주는 차분한 진실
결국 버핏이 최고가 부근에서 구글의 비중을 대폭 늘린 것은 단기적인 유행을 쫓은 변심이 아니다.
무형의 기술주를 쉽게 흔들 수 없는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 기업’으로 재해석했고, 금고에 쌓여있던 유휴 현금이 고수익 복리 엔진으로 치환되는 변곡점을 포착했으며, 미국 정부와 대등한 수준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하락하는 현금을 가장 확실하게 작동하는 디지털 기간산업의 소유권으로 전환한 것이다.
현시점에서 장기 성장률에 대한 시장의 요구치(5~6%)와 구글이 가진 본업의 체력 사이에는 명백한 간극이 존재한다. 단기적인 가격의 출렁임 뒤에 숨은 본질적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숫자는 이미 그 단서를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인프라 투자 비용의 무게를 반영하고 있는 주가 $320의 흐름은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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