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고베물산에 대한 글을 하나 썼다.
당시 주가는 고점 대비 크게 빠져 있었다. 고베물산의 사업 자체가 망가진 것은 아닌데 주가는 꽤 많이 조정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하락장에 오히려 강한 주식이니 20일 이동평균선을 위로 올라서는지 지켜보자고 했었다.


그 뒤 주가는 실제로 20일선을 돌파했고, 점점 저점을 높이며 상승하고 있다.
물론 20일선 하나로 주가의 미래를 알 수는 없다. 주식시장에서 이동평균선은 예언서가 아니다. 그저 수급이 바뀌고 있는지 살펴보는 작은 단서 정도다.
그런데 최근 고베물산을 다시 보고 있으니 한 가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
엔화다.
엔화가 갑자기 움직이고 있다
최근 엔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싼 엔화를 빌려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엔캐리 트레이드다.
레버리지를 이용하는 거래가 많기 때문에 엔화가 갑자기 강해지면 문제가 생긴다. 빌린 엔화를 갚기 위해 투자했던 자산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2024년 7~8월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7월 3일 엔·달러 환율은 161.96엔까지 올라갔다. 엔화 가치로 보면 1986년 이후 가장 약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방향이 바뀌었다.
일본 당국은 7월 초부터 구두 개입하기 시작했고, 7월 11~12일에는 실제 외환시장 개입이 확인됐다. 엔·달러 환율은 161엔대에서 157엔대로 빠르게 내려왔다.
엔화가 강해지기 시작하자 주가도 같이 내렸다.
그동안 쌓여 있던 엔캐리 청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리고 7월 31일.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동시에 국채 매입을 줄이는 계획도 내놓았다. 엔화 약세를 되돌리던 시장의 움직임에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까지 겹친 것이다.
그리고 8월 5일, 블랙먼데이.
8월 5일은 엔캐리 청산의 절정의 순간이었다.
7월 초부터 이미 엔화는 방향을 바꾸고 있었고, 투자자들은 포지션을 줄이기 시작했다. 주식시장도 7월 중순부터 한 달 가까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다 8월 5일, 결국 임계점을 넘어섰다.
마진콜에 내몰린 투자자들의 강제 매도가 잇따랐고, 주가는 한꺼번에 무너졌다.
닛케이225는 하루에 12.5%, 코스피는 8.77%, 코스닥은 11.3% 폭락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던 레버리지가 시장이 흔들리는 순간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를 경험한 투자가라면, 그때의 충격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하락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장면이 보인다
이번에도 판이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64엔으로 최고점을 찍었고,
2026년 7월 31일 미 재무부가 엔화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이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메모가 Reuters 사진에 포착됐다.
메모에는 짧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Buy Japanese Yen, $5–10 bil.’
미국이 실제로 엔화를 얼마나 매입했는지와 별개로, 이는 시장에는 중요한 신호였다.
미국 정부가 엔화 약세를 그냥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이후 엔화는 빠르게 강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오는 9월 18일에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엔캐리 거래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4년 여름 한 차례 청산 쇼크를 겪었지만 엔화 약세가 다시 이어지면서 엔캐리 포지션은 다시 커졌다. 오히려 당시보다 더 큰 규모가 쌓여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대외순자산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561조7,500억 엔으로 7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캐리 청산 때도 강했던 고베물산
그런데 그 하락장 난리통에 고베물산의 주가는 묘하게 움직였다.
엔화가 강해지고 일본 증시가 흔들릴 때 오히려 버티거나 올라가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2024년 엔캐리 청산 당시가 그랬다.
닛케이가 고점에서 하락하는 동안 고베물산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5년 트럼프 관세 발표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흔들렸을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것을 단순히
“엔화가 강해지면 고베물산이 오른다.”
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주가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다만 시장 전체의 위험이 커졌을 때 고베물산이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사실은 기억해둘 만하다.
그리고 지금도 비슷한 장면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엔화는 강해지고 있다.
닛케이는 숨을 고르고 있다.
고베물산은 20일선을 돌파한 뒤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에도 똑같을까
여기서 한 번 멈출 필요가 있다.
과거에 그랬다고 이번에도 똑같이 움직인다는 법은 없다.
2024년의 엔캐리 청산은 금융시장의 유동성 충격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100달러를 넘나드는 유가가 있고, 다시 고개를 드는 인플레이션이 있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국채금리 상승도 이어지고 있다. 엔화와 금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개입도 변수다.
정책 당국이 힘으로 시장을 눌러버리면 우리가 예상했던 시나리오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요약
엔화가 강해지면, 엔캐리로 싸게 빌린 엔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엔을 갚으려면 자산을 팔아야 하고, 팔면서 자산 가격이 내린다.
그 속도가 빨라지면 마진콜이 발생하고, 강제 청산을 거치며 주가가 폭락하기도 한다.
엔캐리 청산으로 시장이 흔들릴 때, 고베물산은 반대로 상승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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